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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첫사랑이 생각나는 풋풋한 영화 비포 선라이즈 후기

by 이제는 2025. 6. 30.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1. 영화의 줄거리

비포 선라이즈는 1995년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연출한 로맨스 영화로, “하룻밤 동안의 기적 같은 만남”을 그려냈습니다. 유럽을 여행 중이던 미국 청년 제시(에단 호크)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프랑스 여자 셀린(줄리 델피)과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자라온 두 사람은, 짧은 대화 속에서도 묘한 공통점을 발견하고 금세 호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기차가 비엔나에 도착할 즈음, 제시는 곧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셀린에게 기차에서 내려 하루만 함께 도시를 걸어보자고 제안합니다. 낯선 이방인에게 하루를 내어주는 일은 망설여질 법도 하지만, 셀린은 제시의 용기에 이끌려 기차에서 내립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비엔나의 골목과 카페, 공원을 거닐며 밤을 보내게 됩니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도시의 풍경과, 삶과 사랑, 철학과 꿈에 대한 긴 대화가 이어지고, 서서히 서로에게 깊이 빠져듭니다. 하지만 이 모든 순간은 아침이 되면 끝나야 하는 유한한 시간이기에, 설렘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분위기가 영화 전체를 감싸고 있습니다.

2. 영화에서 특이한 부분

이 영화가 독특한 점은 극적인 사건이나 명확한 갈등이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장면이 단순히 두 인물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으로 채워져 있고, 플롯이 느리게 흘러갑니다. 어떤 관객은 이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영화”라고 평가하며 지루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반면, 또 다른 관객들은 “인간관계의 본질을 가장 진솔하게 담아낸 걸작”이라고 극찬합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두 사람의 대화가 지나치게 솔직하고, 때로는 철학적인 주제로까지 확장된다는 점입니다.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즉흥적이면서도, 오랜 친구들처럼 깊이 있는 질문과 대답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서로에 대한 감정이 점차 진지해지면서도, 내일이면 다시 헤어져야 한다는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결말은 열린 채로 끝납니다. 이틀 뒤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지만, 그 약속이 지켜졌는지는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러한 열린 결말은 관객에게 다양한 해석과 상상을 허락하며, 영화가 끝난 후에도 마음속에 오랫동안 여운을 남깁니다.

3. 감상평

비포 선라이즈를 보고 있으면, 사랑이란 감정이 꼭 긴 시간의 누적에서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짧고 농밀한 대화 속에서도 태어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 영화는 “만약 내가 여행 중에 낯선 사람과 하루를 함께 보낸다면?”이라는 상상을 마치 현실처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제시와 셀린이 나누는 대화는 단순한 썸이나 가벼운 로맨스가 아니라,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며 다가가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급격히 발전하지만, 동시에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덧없음이 깃들어 있어 더욱 애틋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우린 이 순간을 기억하게 될까?”라는 셀린의 대사는, 사랑의 유한성과 소중함을 가장 섬세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구나 마음속에 한 번쯤은 ‘내게도 그런 밤이 있었을까’ 하는 아련한 감정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현실의 인연이 언제 어떻게 스쳐 지나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과의 순간을 더 귀하게 여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화려한 사건 없이 대화만으로도 이렇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로맨스 영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한 번쯤은 이 영화를 경험해 보길 추천드립니다. 시간과 공간이 만들어내는 아주 특별한 사랑의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4. 후속작의 존재

흥미로운 점은, 비포 선라이즈는 단일 작품으로 끝나지 않고 두 편의 후속작으로 이어집니다.
9년 뒤를 그린 비포 선셋(2004), 그리고 다시 9년 후의 이야기를 담은 비포 미드나잇(2013)에서는, 제시와 셀린이 첫 만남 이후 각자의 삶을 어떻게 살아왔고, 시간이 흘러 서로를 어떻게 다시 마주하게 되었는지를 솔직하고 깊이 있게 보여줍니다. 첫 번째 영화에서 느꼈던 풋풋함과 설렘은 시간이 흐르면서 현실적인 고민과 관계의 변화로 점차 변주됩니다. 특히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갈등, 타협, 그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애틋함이 세 편의 영화를 관통하는 중요한 감정의 결이 됩니다.
만약 비포 선라이즈를 보고 이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면, 후속작 두 편도 꼭 함께 보시길 추천합니다. 각각의 시기를 담은 세 편의 영화는 마치 시간의 기록처럼 이어져, 관객에게 “사랑이란 결국 시간과 함께 자라나고 변해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줍니다.